
롱블랙 프렌즈 C
종이 엽서를 보내야만 저녁 식사 예약을 받아주는 식당이 있어요. 이게 다가 아니에요. ‘무작위 추첨’에서 엽서가 뽑혀야만 예약할 권한을 얻을 수 있죠. 이렇게까지 정성을 들여야 하나 싶은데, 해마다 엽서 6만여 장이 이곳에 온다고 해요!
식당 이름은 더 로스트 키친The Lost Kitchen*. 미국 동부의 작은 마을 프리덤Freedom에 자리한 레스토랑이에요. 보스턴에서 북동쪽으로 3시간을 차로 달려야 닿을 수 있고, 마을 인구도 800여 명뿐이죠.
*정확한 주소는 22 Mill Street, Freedom, ME 04941, USA. 예약 엽서도 이 주소로 받는다.
어렵게 시골 식당을 예약한 고객들이 도착해서 받는 건 ‘매일 다른 무작위 코스 요리’에요. 2025년 기준 1인 코스의 가격은 295달러(약 41만원)로, 가격이 저렴한 편도 아니죠.
예약도 어렵고 가기도 힘든데, 그날 뭘 먹을지도 가서야 알 수 있는 식당. 앱으로 모든 걸 예약하는 시대에 사람들은 왜 이곳에 편지를 보내는 걸까요?
Chapter 1.
‘마음까지 채워드리겠다’는 5시간짜리 식사
“더 로스트 키친에서의 저녁은 식사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. 우리가 함께하는 시간은 5시간이 넘습니다. 저희는 여러분의 ‘배만 부르게 하는 게 아니라, 마음까지 채워드리기 위해’ 최선을 다하죠.”
_더 로스트 키친 홈페이지에서
‘마음까지 채운다.’ 더 로스트 키친이 제안하는 한 끼의 가치에요. 이걸 떠올린 인물은 에린 프렌치Erin French. 프리덤에서 태어난 1981년생의 셰프죠. 그는 2014년 지금의 더 로스트 키친을 고향에 세웠어요. 1830년대 제분소를 개조해 11년째 식당으로 운영 중이죠.